LOVE FICTION - 01

  • 김구파
  • 13:21
  • 329 회
  • 4 건

 





 

 

“매일 여기서 일 해?”

테이블 너머에 선 채 건들거리며 서 있던 소년의 물음은 갑작스러웠다. 그 바람에 포스기에 수량을 찍던 도운의 손가락이 어긋나고 말았다. 모니터에 찍힌 숫자는 소년이 테이블 위에 늘어놓은 아이스크림 보다 0하나가 더 붙어 있었다. 어찌나 집중을 했던지 재빨리 취소버튼을 누르고는 다시 처음부터 계산을 시작하는 도운의 아랫입술이 튀어나왔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만 일하는데요.“

와중에도 친절한 편의점 알바의 본분을 다 하기 위해 대답을 건네는 것도 잊지 않은 채. 평소라면 내가 그걸 너한테 왜 말 해줘야 하냐며 한껏 비꼬았을 도운이었지만 신성한 노동의 장이라 차마 제 할 말을 꺼내지 못한 채 꾸욱, 삼키며 천장 모서리를 힐끗 살폈다.

신성한 노동의 장은 개뿔. CCTV님이 보고 계신다.

잠시 내려앉은 침묵의 틈으로 도운의 하얀 손가락이 포스기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타닥타닥, 요란스레 들렸다. 마지막으로 경쾌하게 엔터버튼을 두드리자 덜컹거리며 돈이 든 서랍이 고개를 내밀었다. 소년에게 받은 빳빳한 지폐 몇 장을 밀어 넣고 은색의 동전 몇 개를 잘 세어 쥐었다. 그 때까지도 소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테이블 위에 제가 늘어놓은 아이스크림 따위를 노려보고 서 있었다. 도운은 퍽이나 익숙한 손길로 뽑혀 나온 영수증과 거스름돈을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봉투 담아드릴까요?”

소년은 도운에게 시선도 주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아, 건방진 새끼.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꽂은 채 고개만 까딱이는 소년의 모습에 도운은 속으로 욕설을 뇌까렸다. 손을 부벼 열이 오른 손가락으로 봉투의 입을 벌리고 아이스크림을 담는 도운의 입술 끝이 슬쩍 떨려 왔지만 꾸욱 참았다.

내일이 월급날이다. 하루만 참자.

봉투에 아이스크림 5개를 다 챙겨 담은 도운이 다시 한 번 영수증과 잔돈, 그리고 봉투를 내밀었다. 그런데 그것을 받아 들 소년은 여전히 제 수트 바지 속에 두 손을 꽂고 멀뚱히 서 있을 뿐이었다.

“...안 가갑니까?"

“학교는 안 다니나? 몇 살이고?”

아. 날씨가 지랄 맞으려니 이 새끼 정신머리도 지랄을 맞았나. 잠시 입을 꾹 다물고 소년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도운의 입가가 또 한 번 씰룩였다.

도운은 소년이 걸친 감색 교복 탓에 그의 나이가 저와 별 반 차이 없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 시에서 가장 유명한 -아니, 어쩌면 나라를 통틀어 이름을 대면 알 법한- 사립 고등학교의 교복은 도운의 세 달치 생활비는 족히 될 법한 고가의 것이었다. 저와는 판이하게 다른 두툼한 덩치, 풍성한 머리카락, 새까만 눈동자, 쌍커풀이 짙은 커다란 눈과 커다란 코를 가진 소년의 입술은 위의 것들과 달리 조그만해 자꾸만 눈이 갔다. 소년을 잠시 눈으로 훑어 내린 도운이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며 숨을 골랐다.

아 근데 이 새끼가 날 언제 봤다고 아까부터 저렇게 막말을 하는 걸까. 당장이라도 멱살을 쥐고 짤짤 흔들고 싶은데 얘는 갑이고 나는 을이라 못 하겠다. 손님은 갑, 알바는 을. 참자.

“아이스크림 다 녹겠는데요, 손님?"

입술 양끝을 끌어당겨 한껏 미소를 띤 도운이 숨을 집어 삼키며 제 두 손을 흔들었다. 도운의 손가락에 걸려 바스락거리는 봉투를 내려다보던 소년의 새까만 눈동자가 잠시 도운의 얼굴을 향했지만 금세 거두어졌다. 그의 손에 걸렸던 봉투와 함께.

“내일 다시 물어보러 올게.”

딸랑이는 종소리만 남겨두고 편의점 문을 나서는 소년의 등을 멀거니 바라보던 도운이 잔뜩 힘이 들어갔던 어깨를 풀며 그가 나간 방향을 향해 제 중지를 치켜 올렸다.

 

내 오늘로 이 알바 끝이다, 등신아.

 

*

 

고단한 몸을 침대 위로 던지자 숨이 죽은 스프링이 앓는 소리를 내었다. 방금 씻고 들어 온 탓에 아직 채 마르지 못한 머리칼을 털어 내자 꿉꿉한 습기 냄새에 싸구려 샴푸 냄새가 섞여 들었다. 얄팍한 이불에 몸을 둘둘 둘러 맨 도운은 창문이 자리한 곳을 향해 돌아누운 뒤 피곤이 내려앉은 눈을 껌뻑였다.

내일부터는 도운도 학교에 가게 되었다. 1년 만의 일이었다. 도운이 열여섯이 되던 해 그의 부모는 이혼을 했다. 뒤늦게 찾아 온 엄마의 새로운 사랑이 원인이었다. 그녀의 새 남자는 한 번도 결혼을 하지 않았던, 제 아버지보다 5살이나 어린 남자였고 그는 그녀와의 결혼을 원했지만 아들까지 바라지는 않았다.

자연스레 도운은 제 아버지와 둘이 남았다. 그러나 아버지는 엄마를 너무도 사랑했던 나머지 실연-이라 표현해도 맞겠지.-의 상처로 도박의 길에 빠졌고, 잘 다니던 회사까지 때려치운 지경에 이르렀다. 아버지는 엄마의 어깨 대신 감당 못 할 크기의 빚을 끌어안게 되었다.

어느 날 아버지는 눈물 젖은 편지 한 장을 남기고 돈을 벌어 오겠다며 어느 양떼 목장이 즐비하다는 나라로 떠났다. 그가 매 달 돈을 붙여주기는 했지만 빚을 갚기에도 간당간당한 금액이라 도운은 생활비를 위해 학교를 그만 두고 일 년 내내 소처럼 일 했던 것이었다.

이렇게 얘기하니 꼭 도운이 1년 간 일한 돈에서 생활비를 제외하고는 모두 저축하여 학비를 벌었던가, 싶지만 그건 아니었다. 아직 학교도 채 졸업하지 못 한 미성년자가 할 수 있는 한정적이었고, 그것들은 겨우 최저임금을 웃도는 정도에 그쳤다. 심지어 아동 노동법에 의해 한 곳에서 반나절 이상 일을 할 수도 없었다.

그런 도운이 다시 학교를 다니게 된 것은 그의 유일무이한 친구인 희영 덕분이었다. 희영과 도운은 이웃에 살며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까지 모두 같은 학교, 같은 반, 심지어 내내 짝으로 지내었는데 그러다 도운이 학교를 그만 두게 되고, 도운은 일에, 희영은 학교에 시달리느라 한 동안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지 못 하던 날들이 이어졌다.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살면서 뭐 그리 바빴는지 서로 얼굴 한 번 보기가 힘들었던 날들의 끝에 희영은 얼굴이 빨개진 채 숨을 쌕쌕 내 쉬며 도운의 집으로 들이 닥쳤다. 어찌나 호기롭게 들어섰는지 가벼운 그녀가 발을 구를 때 마다 쿵쿵거리는 소리가 온 거실을 울렸다. 오전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잠시 들러 점심으로 우유에 시리얼을 말아 먹던 도운은 스푼을 입에 문 채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안녕, 강희영. 오랜만이고. 근데 니 집 잘못 찾은 것 같다?”

“아아, 맞나? 그럼 내만 그 빌어먹을 학교에 처박아 두고 혼자 자유의 몸이 되겠다며 학교 때려 친 뒤로 한 번도 먼저 연락 안 하는 윤도운라는 비정한 새끼 집이 어딘지 좀 알려주실래요!”

성큼성큼 걸어오면서도 숨도 쉬지 않는 것처럼 빠른 속도로 말을 쏟아 낸 그녀가 물음표를 대신 해 도운이 앉은 식탁을 손바닥으로 내려쳤다. 테이블이 흔들릴 정도의 박력에 도운은 입 안에 든 시리얼을 씹는 것조차 잊을 뻔 했다. 희영은 웃고 있었고, 도운은 오한이 들었다. 둘 사이에 무겁게 감도는 정적 사이로 시리얼 부서지는 소리가 끼어든 것은 조금 시간이 지난 뒤였다. 도운은재빨리 제 입 안에 든 것을 씹어 삼켰다.

“무슨 일 있었나?”

“무슨 일? 무슨 일! 하하하. 도운아. 내가 일은 무슨 일이 있겠노. 감히 내한테. 입만 살은 계집애들은 틈만 나면 뒷말에 헛소문이나 수근덕거리고, 빌어먹을 남자 새끼들은 뻑하면 내 한 번 어떻게든 해 보려고 추근덕거리는 거? 그렇다고 이게 무슨 일인건 아이고. 이 따위는 매일 있는 일이니까! 하나뿐인 친구 놈은 학교에 자퇴서를 낸 뒤로 얼굴 한 번, 연락 한 번 먼저 하는 법이 없고 내는 매일 혼자 수업을 듣고,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온다. 어떻노? 별 일 없어 보이지 않나? 니는 어떤데?”

희영은 과장스럽게 깔깔 소리 높여 웃었다. 그러나 너는 어땠느냐 물은 질문의 끝에서 그녀는 무서울 만큼 정색을 하고 도운을 노려보았다. 도운은 한껏 몸을 뒤로 뺀 채 조금이라도 그녀와 거리를 두려 애를 쓰다 -그녀가 언제 주먹을 휘두를지 알 수 없었다.- 시선을 도르륵 굴리며 말을 골랐다. 어, 그러니까 희영이 니 지금...

“...내도 니 보고 싶었지..”

눈치를 살피며 흘러나온 도운의 말에 잔뜩 힘이 들어 가 있던 희영의 어깨가 툭, 떨구어 졌다. 그녀는 어지러움이 도는 듯 이마를 짚었다. 가느다란 손가락에 덜컹이는 실반지가 헐거워 금방이라도 빠질 듯 들썩였고, 도운은 그녀의 손가락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내 진짜 힘들어 죽겠다.”

“그이까 성격 좀 죽이라니까.”

“좋네 싫네 똑바로 말도 못하는 빙시같은 것들 사이에 섞여 들여서 맹물 같은 인생을 살란 말이가? 쪼매만 즈그 맘에 안 들면 더러운 소문이나 수군거리는 가시나들 사이에 섞여서? 아니면, 내 가슴과 엉덩이와, 우리 아빠의 사회적 지위 말고는 관심 없는 머스마들 품에 안겨서?”

“…와하따…비약이다, 그거.”

“니가 당해 봤냐고, 이 새끼야.”

비웃음을 감추지 않으며 신랄하게 비꼬는 희영과 그녀를 달래려는 도운의 단호한 목소리가 핑퐁처럼 오갔다. 그러나 그것은 희영의 억눌린 목소리로 금세 끝이 났다. 그녀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눈을 치켜떴다. 도운은 가볍게 헛기침을 뱉었다.

“..학교 다니자, 도운아.”

희영은 조금 진정이 목소리로 말을 건네며 도운의 맞은편에 자리한 식탁 의자를 꺼내어 앉았다. 도운은 입을 꾹 다물고 그녀의 손만 바라보았다. 이제는 그녀의 이마가 아닌 낡은 식탁 테이블 위에 올려진 하얗고 마른 손을.

“아니, 학교 좀 다녀 주라. 내 진짜 미치뿌겠다. 내 정말 너무 힘들다. 외롭고, 괴로운데....아빠가 학교 그만 두는 순간 카드 정지 시킨다고 안카나. 내 돌기 전에 니가 내 좀 살려 주라.”

어깨를 으쓱이며 두 손을 허공을 향해 치켜 든 희영의 얼굴 가득 피곤함이 묻어났다. 그것은 오전 내내 도로에 블럭을 깔다 온 도운의 것보다도 한층 더 진한 색이었다. 그러나 도운은 고민의 기색도 없이 대답을 꺼내었다.

“학교 다닐 돈이 어딨노, 내가. 심지어 니가 다니는 그 사립 학교를? 말이 되는 소릴 쫌 해라.”

그녀라고 도운의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모를 리가. 어쩌면 사랑 찾아 인생을 찾아 떠난 도운의 엄마보다 그의 사정을 더 잘 알고 있을 희영이었다. 그녀는 답지 않게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아빠한테 부탁 좀 했다. 내 학교를 계속 다니게 하고 싶으면 니 학교로 데려 오라고.”

“..내가 지금 뭘 잘못 들은 것 같은데.”

“시에서 장학생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 우리 아빠 이름으로 거기에 니 이름 추천한 거 그거 뿐이다….진짜로.”

그녀의 아버지는 시의원이었다. 그런 위치의 사람의 추천이라니 결과는 안 봐도 뻔 한 것이었다. 도운은 두 손으로 마른세수를 하며 길게 숨을 늘어트렸다.

“생활비 지원도 된다니까 일도 안 해도 된다드라. 그래도 굳이 하겠다면...아르바이트는 학교 마치고 해도 되잖아..”

희영은 고개를 반쯤 숙인 채 입술을 주욱 내밀고 말을 덧붙였다. 평소 늘 당차고 단호하던 말투와는 다른, 조금의 어리광이 섞여 든 말투였다. 도운은 시끄러운 머리통을 움켜쥐었다. 강희영이 대책 없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정말 -..

“우리 학교 니도 알잖아. 가진 건 돈과 시간뿐인 철없고 한심한 청춘들 많은 거. 그 중에 한명 못 건지겠나?”

“칵 마! 시끄럽다. 내 지금 충분히 속 시끄럽거든?”

“졸부 집 막내아들 첩질이 니 인생 플랜이라며. 소년이여, 꿈을 꾸었으면 이루어야지.”

그녀는 이제 도운를 꼬득일 방법을 바꾸어 사르르 웃으며 다정스럽게 말을 걸어 왔다. 잔뜩 이맛살을 구긴 도운이 눈을 치켜 떠 보지만 그녀는 제 두 손을 맞잡고 활짝 웃었다.

 

*

 

이미 그녀의 힘들다는 말을 들은 순간부터 도운은 진 것과 다름없었다. 희영에게 도운이 그랬듯 도운에게도 유일무이한 친구는 희영 하나 뿐이었다. 그녀는 사실 제 아버지와 그렇게 호의적인 사이가 아니었음에도 도운을 부탁 할 정도였다고 하니 얼마나 괴로웠을지 마음이 쓰이는 것이 당연했다.

 

그리하여. 희영의 도움으로 도운은 새 학기도 아니고 학기 도중인 지금 그녀가 다니는 학교에 편입을 하게 되었다. 합격 통지를 받고 아르바이트 틈틈이 공부를 한 탓에 -물론, 거기에는 의외로 성적이 좋은 편인 희영의 도움이 컸다.- 편입 시험도 무리 없이 통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일 도운은 1년 만에 학생의 신분을 가지고 등교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도운은 저도 모르게 설레는 가슴을 문지르며 눈을 감았다. 그가 잠든 침대 발치에는 희영이 입학 선물이라며 안겨주었던 감색 교복이 잘 다려 져 걸려 있었다.

 

*

 

새벽부터 도운의 집으로 찾아 와 문을 두드린 희영은 등교 길 내내 한껏 고개를 치켜들고 콧노래까지 불렀다. 보란 듯이 도운의 한 쪽 팔에 팔짱을 끼고 교문을 넘어서는 그녀의 등 뒤로 무수한 눈길이 쏟아 졌지만 그녀는 상쾌한 얼굴로 도운을 교무실 앞에 세워 둔 뒤 손을 흔들고 사라졌다.

‘좀 있다 보재이~’

그녀가 이미 제 반 배정에까지 손을 써 놨음은 불 보듯 뻔 한 일이었다. 생각해 보면 도운 입장에서도 다행인 일이었다. 저는 학교를 일 년이나 쉬고 왔는데 새삼 낯선 이들 사이에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 하는데는 희영과 함께인 편이 훨씬 나았으니까. 비록 제가 이 권력를 이용한 특혜의 주인공이 된 것은 영 껄끄러웠지만.

도운과 희영의 담임은 무기력한 중년의 남성이었다. 한껏 부풀은 몸과 한껏 아래를 향한 눈매가 그의 무기력함을 한층 더 돋보여주는 듯 했는데 전학생이라며 저를 소개하는 도운의 인사에도 그는 그저 고개를 한 번 끄덕였을 뿐이었다.

오랜만의 등교란 어딘가 어색하고 불편했다. 자꾸만 제 주먹을 쥐었다 놓는 도운의 손등이 가볍게 떨리기도 했고, 교실을 향하는 담임의 뒤를 따르는 걸음이 자꾸만 뒤쳐졌다.

“안녕, 얘들아.”

슬리퍼 발로 대강 문을 밀어 연 담임이 활기라고는 조금도 묻어나지 않는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며 들어서자 반 아이들 몇몇이 대꾸를 했지만 대부분은 하품을 늘어놓거나, 제 할 일에 열중 할 뿐이었다. 학생이나 선생이나 똑같네. 속으로 혀를 차며 담임의 뒤로 따라 들어서는데 창가에 앉은 희영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뽀얀 웃음이 걸린 그녀의 얼굴을 보자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 진 도운 역시 가볍게 마주 웃었다.

“오늘 지각, 결석 없제? 전학생이다. 인사는 알아서들 하자. 니는 빈자리 알아서 앉고.”

그 한 마디를 던져두고는 담임은 도운의 어깨를 두드렸다. 아, 뭐 이런? 황당한 지경에 이르는 담임의 무기력함에 도운은 헛웃음이 나올 것 같아 고개를 돌렸다. 슬쩍 훑어 본 교실에는 희영의 옆 자리가 빈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어깨에 둘러 맨 가방끈을 추켜올리며 자리로 향하는 도운의 등 뒤로 몇몇 아이들의 눈길이 따라 붙었다. 밀려드는 어색함에 도운의 걸음이 재찼다.

‘헤이~'

작게 소리를 낮춘 희영이 손가락을 흔들며 윙크를 했다. 쭉 뻗어진 그녀의 손가락 위로 가볍게 하이파이브를 하고 자리에 앉자 학교 책상 특유의 새된 냄새가 풍겨 와 어쩐지 그리운 기분이 들었다. 마치 첫 입학, 첫 학기, 첫 날 같은 기분 좋은 설렘이 코끝을 간지럽혀 와 도운이 손끝으로 코끝을 문지를 때였다.

“뭐고. 동갑이었나?”

등 뒤에서 날아 든 낯설지 않은 목소리에 도운의 뒷목이 뻣뻣하게 굳어졌다.

어, 그러니까 내 이 목소리 아는데. 근데 기분 좋게 아는 거 아니고....어....누구였지?

괜스레 드는 불길한 느낌에 고개를 돌릴 생각은 하지 못하는 도운을 두고 곁에 앉은 희영이 제 몸을 휙 젖히며 목소리의 주인공에게 물었다.

“뭐고? 성진이, 니 야 아나?”

성진. 처음 듣는 생경한 이름이었고, 동시에 발음 또한 생경한 것이었다. 단순한 자신의 착각인가 싶은 마음에 도운이 천천히 고개를 돌릴 때였다. 도운과 희영의 사이로 새까만 머리카락이 불쑥 튀어 나온 것이.

“알지. 편의점 이삐.”

그래. 나도 알겠다. 갑 질 하는 건방진 놈.

도운과 눈을 마주친 새까만 눈동자의 소년은 조금도 웃지 않는 얼굴로 웃기는 농담을 내뱉었다. 소년의 얼굴을 확인한 도운의 한 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고, 뒷자리의 소년은 책상 위에 팔을 괸 채 도운의 얼굴에서 시선을 뗄 줄 몰랐다.

“왐마야…이래 한 방에 인생 플랜이 이뤄진다고?"

두 사람을 번갈아 곁눈질 하던 희영만이 영문 모를 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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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이번 주 안에 끝날 5편짜리 글

왜 당당하냐구요?

다 써 놓고 올리는 중이기 때문이죠 훗



오늘도 즐겁게 읽어주세요

항상 감사합니다



    • 익명 13:46:37
      진짜 사랑합니다 구파넴
      • 김구파 22:15:24
        저두 사랑해요♥ 감사합니다!
    • 구파팬 14:18:53
      징짜 구파 체고야 짱이야!
      • 김구파 22:15:40
        이히히 칭찬 받았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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